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일베 누명은 정말 억울.. 어떻게 해야 믿을까요"

"일베 누명은 정말 억울.. 어떻게 해야 믿을까요"

경향신문 | 정용인 기자 | 입력 2013.09.07 19:33
·인터뷰 : 크레용팝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 황현창 대표

·노이즈마케팅으로 일베 이용했다는데 승복 못해.

·일베 의혹 멤버들 본적 전라도 그래서 당사자들 더 억울해 해"

그는 억울해 했다. 해결할 방법이 없겠냐고 되물었다. 크롬엔터테인먼트 황현창 대표(36). 노래 '빠빠빠'로 인기를 얻은 크레용팝의 소속사다.

크레용팝에 따라붙은 꼬리표는 이것이다. 일베. 포털 검색창에 한 묶음으로 나오는 단어다. 크레용팝의 소속사 대표와 한 여성멤버가 반사회적인 여성혐오 사이트인 일베 회원이었고, 일베에서만 쓰는 단어를 거침없이 트위터 등에 사용했다는 게 비난의 골자다.

몇 달 전부터 '근거자료'라며 캡처한 이미지들이 돌아다녔다. 이를테면, 1980년대 백골단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사진에 크레용팝 멤버들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다. 일베 회원들이 만든 합성사진이다. 일베 회원들은 크레용팝에 '폭동진압돌'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폭동진압+아이돌의 줄인 말이다. 다른 커뮤니티에서 혐오를 하면 할수록 일베에서 크레용팝의 인기는 올라갔다.

'빠빠빠'로 인기를 얻고 있는 신인그룹 크레용팝. / 크롬엔터테인먼트 제공인터뷰 섭외를 위해 전화를 건 날 그는 해명 글을 작성 중이라고 했다. "해명글 올리고 난 다음에 다시 보자"고 했다. 그날 오후, 크레용팝 해명문은 각 포털 검색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크레용팝 일베설'의 근거가 되었던 자료들을 조목조목 반박한 긴 글이었다. 일베 회원들은 "자신들의 뒤통수를 쳤다"며 '통수용팝'이라는 별명을 만들어내 비난했다.

하지만 일베 반대편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노이즈마케팅으로 일베를 이용하더니, 걸림돌이 되니 이제 발뺌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잘못했다고 깨끗하게 시인하면 끝났을 문제였다"는 평이 중론이었다. 일주일 후, 경향신문사에서 황 대표를 만났다.

글을 팬클럽 게시판에 올린 시점(8월 21일)이 또 논란이 되었어요. 옥션에서 온라인 광고를 잠정보류하고 9월 14일 열리는 뮤직페스티벌의 라인업에서 빠지게 된 게 해명 글을 낸 직접적 계기입니까.

"광고 이전부터 논란은 계속되었잖아요. 일베 관련해 보도가 계속 나갔고, 크레용팝을 옹호했던 연예인들에게도 피해를 끼쳤어요. 얼마 전에 FC서울팀에서 크레용팝이 시축을 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는데, 일베 논란 때문에 그런 것이 전혀 아니거든요. 저희가 '출발드림팀 200회 특집'에 나가는데 일정이 겹쳐서 부득이하게 양해를 얻은 것이고, 또 FC서울 측에서도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밝혔는데도 구단에 크레용팝 출연에 대한 항의가 빗발쳐 취소가 되었다는 식으로 와전된 것입니다."

실제 '아이러브사커' 등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그런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글쎄요. 과거 서울-전북 전에서도 시축을 했거든요. 우리가 진짜로 일베 성향이라면 그때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황 대표가 올린 해명 글을 읽고도 비판하는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크레용팝이 싫은 게 아니라 '일베 크레용팝'이 싫은 것이다." 일베라는 반사회적 사이트를 마케팅에 활용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가 남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구구절절 변명하면서 또 다른 의혹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과거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입니다. 시각차이일까요.

"저희가 어떤 일까지 겪었는지 말씀드려 볼까요. 일베라는 사이트에서 전라도를 비하하는 단어로 '7시'라는 말을 쓴데요."

그렇죠. 한반도 지도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 해서.

"그런데 우리 콘서트가 실제로 삼성동에서 오후 7시에 열렸어요. 그런데 공지를 못하겠는 거예요. 이해되십니까. 회사 공식계정 트위터 멘션을 해야 하는데 '아, 이거 또 문제가 되겠구나' 그런 것을 걱정하고 있는 제 모습이 한심스러운 것이죠. 솔직히 이거 시간일 뿐인데, 왜 내가 이걸 의식해야 하나, 이런 겁니다."

해명 글이 제대로 된 해명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본 걸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를 표절했다고 하는데. 크레용팝 론칭할 때는 아예 몰랐습니까.

"예. 아예 몰랐습니다."

인터넷에 물증이라고 올라온 소품 사진, 이런 것보다 포지셔닝이라고 해야 할까요. 굉장히 비슷해요. 누리꾼이 의혹을 제기하는 디테일에 대해서는 대표님 해명이 맞는데, 전체적인 포지셔닝을 보면 엽기 콘셉트라든가, 삼촌 팬을 타기팅한다든가, 자신들의 고생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알린다든가 하는 것은 거의 똑같아요. '빠빠빠' 안무를 보면 이른바 '오타쿠' 성향의 사람들에게 어필하려 한다는 것도 보이고….

"말씀하신 대로 저희는 처음부터 기존 걸그룹의 포지셔닝을 흡수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기존에 없던 콘셉트를 만들어내고, 신규 팬층을 만들어야 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 뭐라고 해야 할까,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인프라도 없었고, 주변에 엔터테인먼트 쪽 일을 하는 지인도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튀자'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명동 같은 데서 피켓 들고 신곡 홍보하러 다녔죠.

"그렇죠. 그런 것밖에 없었죠. 그런 활동이 다 배제된 상태에서 단순히 지금 나오는 '빠빠빠'가 전대물(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을 물리친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하위 장르) 같다고. 그러면 왜 독수리오형제나 후레쉬맨 표절은 아닌가요."

그게 전대물의 전통적인 콘셉트입니다. 표절이 아니더라도 그쪽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요.

"전대물 영향이라기보다도요, 그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만화 주제곡 같은 느낌이 약간 있었어요. 의상은 그 전에 활동할 때 입었던, 교리닝이라고 해요. 교복 아래에 트레이닝 입은 콘셉트. 지금도 마찬가지로 트레이닝 위에 치마 그대로거든요, 그대로 가는 것이고. 헬멧은 곡이 먼저 나오잖아요. 그 뒤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그게 점핑, 점핑이에요. 그러니 당연히 뛰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과 뛸 때 머리가 부각되겠다는 예상이 됐습니다. '모자를 쓸까 아니면 털모자를 쓸까', '아니 그건 더울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초아라는 멤버가 '헬멧을 쓰면 어떻겠냐. 오토바이 여성 헬멧 많다더라, 아니면 인라인 헬멧도 괜찮고'라고 제안해서 그게 된 겁니다. 그래서 헬멧 썼어요. 그런 와중에 그렇게 입혀놓고 보니까. 이건 뭔가 여자 후레시맨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한 거지 '모모이로 클로버Z라는 그룹이 있는데, 이거 콘셉트 괜찮으니 한국 가져와서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을 거예요. 왜냐면, 바로 옆 나라잖아요. 그리고 걔네들도 유명한 애들이잖아요. 그것을 알면서 어떻게 베껴 와요."

대중 여론이라는 것이 묘한 데가 있어요. 아니라고 하면 의혹은 더 커지는…. 지금 선물계좌 논란도 그렇죠? 명품 같은 걸 선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말고 차라리 그럴 돈이 있으면 돈을 걷어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하자는 취지인 것 같던데. '선물 대신 돈 받는다더라'는 식이 되었으니.

"저희 표현상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고가의 명품 선물은 부담된다고 썼어야 하는데, 너무 직접적이다 보니 '감당할 수 없는 선물'이라고 필터링해서 쓴 것인데 오해만 산 것이죠."

멤버 일베 논란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일베 논란에 대해 트위터에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矣·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고 올린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는데요, '노무노무'나 '쩔뚝이' 등의 단어를 쓴 것도 멤버 웨이였죠. 그래서 일베 관련 의혹이 웨이와 초아 쌍둥이 자매에게 집중됐었는데.

"그런데 그 둘이, 이런 말까지 하는 건 그렇지만, 본적이 다 전라도예요."

그래요? 서울 출신으로 되어 있는데.

"태생이 서울에서 태어난 것이지, 부모님들은 다 전라도 분들이시고. 제 입장에서는 참 말이 안 되는 비난이에요. 그러니까 웨이 같은 경우도 '노무노무'라는 말을 자기는 귀엽게 썼는데 '너 일베하지, 일베충이지' 이렇게 몰아가는 거예요."

본인들 반응은 어때요.

"너무 당황해 하죠. 이게 왜 내가 욕먹어야 하는 일이지?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거죠. 사실 저 같은 경우도…."


황현창 크롬엔터테인먼트 대표. / 크롬엔터테인먼트 제공황 대표도 트위터에 '멋지노', '일밍아웃 했다'와 같은 일베 용어를 쓰셨어요.

"원래 오래 전부터 slr클럽 멤버였습니다. 거기 자유게시판 이용자들은 스스로 '자게이'라고 줄여 말하는데, 그런 것인 줄 알았어요. 반대로 묻고 싶은 게, 만약 제가 일베에서 활동하고 그 문화를 즐기고 동조하는 사람이라면 제가 연예매니지먼트를 하는 마당에 제 트위터에 일베라는 단어를 썼겠습니까."

일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백골단 사진에 우리 멤버 사진이 합성된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났어요. 크레용팝을 합성해서 화가 난 것이 아니고, 그 사진의 역사적인 문맥이 있잖아요. 그게 너무하잖아요. 이거 합성한 것은 둘째치고, 이런 사연을 나열해서 이런 것이 올라왔는데 그것이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베스트에 오르고…. 일베를 제가 나쁘게 보는 것은 일베에 들어가는 수십만 회원들이 다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글이 베스트로 올라가는 것이 문제죠. 일반 사이트의 경우 누가 그런 글을 올리면 싸이코나 돌아이 정도로 인식되는데, 여기에서는 베스트가 되는 거니까…. 일베에 접속한 사람들 전체를 싸잡아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포털 검색을 통해 웹문서 링크로 들어와 한 1분 머무른 사람이 다 일베충인가요. 아니잖아요."

일베 사이트가 반사회적·반인륜적이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들여다는 보시죠.

"지금은 보지도 않아요. 지금 거기를 보고 웃고 있다면 제정신이 아닌 거죠. 아예 접속조차 안 해요. 커뮤니티나 기사 리플도 안 봐요.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아까 7시 공연시간에서 일베 용어를 떠올리는 것도 스스로의 덫에 걸려 있는 셈인데.

"이게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일각에서는 이게 마녀사냥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에게 일베라는 꼬리표를 붙여 마녀사냥을 할까. 거기서부터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이 신인이고 일베를 하지도 않았는데."

몇몇 잘못된 대응 때문 아닐까요.

"아니 그전서부터죠. 처음부터 해명을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어요. 노무노무라는 단어를 쓴 게 일베와 묶여서 터지니까 해명을 하는 거죠. 그리고 그 상황에서 우리가 그렇게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 우리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음주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 퍼즐이 안 맞춰지는 거에요. 멤버들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진짜."

지난 8월 엠카운트다운 생방송에서 크레용팝이 '빠빠빠'를 공연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당나귀탄왕자님 다른댓글보기
말 졸라게 많네.... 13.09.07|신고
답글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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